빛으로 삶을 밝히다
신연희
어느 익숙한 풍경 속에서 잊고 지내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양광조명기구’ 가게를 찾아가는 길이 바로 그런 느낌을 주었다. 화려하고 번쩍이는 네온싸인이나 최신 류행을 좇는 대형 매장과는 사뭇 다른 ‘양광조명기구’ 가게의 고요하고 따뜻한 공기가 먼저 방문객을 맞아주었다. 진렬된 조명기구 하나하나가 과장된 장식 없이도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갓 내린 커피 향과 은은한 빛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편안한 분위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의 집을 방문한 듯한 따스함을 선사했다. 30년 가까이 이 공간을 지켜온 신영자 사장을 만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깊은 신뢰와 편안함이 조명기구가게의 첫인상과 일치했다.
촌스러움을 거부하는 빛의 미학
요즘 조명기구 시장은 그야말로 ‘류행의 각축장’이다. 폭포처럼 쏟아져나오는 신제품들은 화려한 디자인과 강렬한 빛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신영자 사장의 가게는 그 흐름에서 한발작 떨어져있다. 그녀는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빛’을 내는 조명기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류행은 돌고돌아요. 1, 2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조명기구보다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조명기구를 팔고 싶어요.”
그녀의 말처럼 가게 안의 조명기구들은 은은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과장된 장식 없이 오직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에는 촌스러움을 거부하는 빛의 미학이 담겨있었다. 신영자 사장은 조명에 대해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다. 바로 조명기구가 공간을 밝히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그 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정서까지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였다. 자신만의 철학을 묵묵히 실천해온 결과 그녀의 가게는 ‘믿고 찾는 곳’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였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였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그저 조명기구를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할 빛’을 찾아 들어온 것 같았다. “사장님, 우리 집에 맞는 조명기구를 골라주세요.”라는 고객의 요구 한마디에 그녀는 고객의 생활 습관과 집안 공간의 특성을 세심하게 파악한 후 최적의 대안을 제기한다.
한 부부는 결혼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함께 꾸몄던 신혼집 침실 조명기구의 부속품을 구하러 왔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조명기구 갓의 색이 바래고 스위치가 헐거워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조명기구를 버릴 수 없었다. 그 조명기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행복을 약속했던 그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을 담고 있는 소중한 시간의 징표였기 때문이다. 신영자 사장은 꼼꼼하게 부속품을 찾아주고 직접 조명기구의 먼지를 닦아주면서 “이 조명기구는 부부의 10년이 담긴 력사를 빛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그 따스한 말 한마디에 부부의 얼굴은 깊은 안도와 감사함으로 물들었다.
또 다른 고객은 갓 대학에 입학한 딸의 공부방에 놓아줄 스탠드를 사러 왔다. 이 고객은 20년전 결혼하면서 신영자 사장에게서 전등을 구입했던 오랜 단골이였다. 그 때 산 전등이 지금까지 거실을 환하게 비추며 가족의 평화를 지켜온 것처럼 이번에도 딸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지혜의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탠드를 사러 왔던 것이다.
신영자 사장은 고객에게 아이의 전공과 평소 독서 습관까지 세심하게 물어본 뒤 눈 건강에 리로운 스탠드를 추천했다. 그들의 대화는 단순히 상품을 거래하는 것을 넘어 한 아이의 삶이 새롭게 펼쳐질 다음 페지를 함께 기획하는 듯한 따뜻한 과정으로 보였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그저 물건을 구매하러 온 것이 아니라 신영자 사장이라는 인물과 그녀의 사업 철학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녀의 조명기구가게는 공간을 밝히는 조명기구를 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완성해주는 ‘가치 있는 조각’이 되여주는 특별한 공간이였다.
‘양광조명기구’ 가게의 빛은 누군가에겐 시작을 함께 하고 누군가에겐 추억을 보듬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래일을 밝히는 친구가 되여주었다.
이러한 맞춤형 써비스는 대형 프랜차이즈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양광조명기구’ 가게만이 가진 특별한 경쟁력이였다.
빛으로 삶을 밝히다
신영자 사장이 조명기구에 대해 가진 철학은 디자인이나 품질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빛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특히 최근 급부상한 ‘눈 건강을 위한 조명기구’와 ‘빛 공해’에 대한 관심은 그녀가 오래동안 구상해온 아이템과 맞물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빛은 단순히 밝음을 제공하는 게 아니예요. 사람의 시력과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는 빛의 질이 정말 중요하죠. 빛이 너무 강하거나 불규칙하면 ‘빛 공해’가 되여 우리 몸에 악영향을 줘요. 저는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사람의 눈에 편안한 빛을 선사하려고 노력합니다.”
30년 동안 조명기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신영자 사장은 빛의 스펙트럼, 색온도, 조명도가 인간의 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자식의 눈 건강을 지켜줄 청소년용 스탠드부터 신혼부부의 사랑스러운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드는 침실 조명기구까지 그녀는 상황에 맞게 추천해준다. 결국 그녀의 손길을 거친 조명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사용자에게 가장 알맞는 빛을 선사한다.
이처럼 빛에 대한 깊은 리해가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만나면서 상업을 넘어선 선행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빛 공해’로부터 안전한 조명기구를 연구, 추구하는 동시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눈 건강에 좋은 탁상등을 무료로 선물하는 사랑 나눔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빛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특히 다음 세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빛을 제공해야 합니다. 책상에 놓인 작은 탁상등 하나가 아이의 꿈을 밝혀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녀의 말속에는 빛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저 하는 진정한 리념이 담겨있었다.
오래동안 그녀의 가게를 드나들었던 한 고객은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은 조명기구를 파는 게 아니라 밝고 따뜻한 희망을 파는 분이세요.”
그녀의 조명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처럼 삶의 힘든 순간에도 위로가 되여주고 있다.
열정으로 사업을 해온 30년의 시간
지금의 ‘양광조명기구’ 가게가 있기까지 신영자 사장에게도 고된 시간이 있었다. 초창기 조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그녀는 이 사업이 과연 자신이 가야 할 길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은 곧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그녀는 전국 각지의 도매시장을 찾아다니며 조명기구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기로 결심했다. 특히 광주의 대형 조명기구 도매시장은 그녀의 학교이자 놀이터였다.
“그 때는 정말 양말이 몇컬레씩 해질 정도로 걸어다녔어요. 발이 부르트고 아파도 조명기구 하나하나를 만져보고 소재를 살피고 어떤 빛을 내는지 직접 확인하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나 즐거웠거든요.”
이 말을 하는 신영자 사장의 눈빛은 마치 30년전 그 시장 바닥을 누비던 뜨거운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듯 반짝이였다. 그녀는 조명기구 관련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면서 전구 하나하나의 색온도와 빛의 퍼짐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소재의 갓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직접 눈으로 익혔다. 그렇게 쌓아올린 전문성은 결국 시장의 경쟁과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그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였다.
“힘들지 않았냐고요? 전혀요. 이 일이 저의 천직이라고 느꼈거든요. 조명은 삶의 일부분이잖아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삶을 선물하는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게 되였죠.”
30년이 지난 지금도 신영자 사장은 매년 몇번씩 도매시장을 찾아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살피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토록 한 직업에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조명기구사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온라인으로 확장—빛을 향한 새로운 도전
오프라인 매장 운영만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했지만 신영자 사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그녀는 오랜 파트너인 직원들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명기구에 대한 옳바른 지식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은 다들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니까 우리 가게도 그런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녀에게 온라인 시장은 분명 낯설고 어려운 령역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망설임보다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설레임과 더 많은 사람들과 련계하려는 기대가 가득차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조명기구 지식을 전달하겠다는 확고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가족 같은 직원들도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여주고 있다. 매장 진렬을 담당하는 직원은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 사진을 찍기 위해 밤샘 연구를 마다하지 않았고 재고 관리를 맡은 직원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익히느라 며칠 밤을 새우기도 했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이들은 이젠 동료라기보다 같은 꿈을 꾸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하는 게 더 적합하다. 서로를 향한 깊은 신뢰와 존중은 사업의 터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해져 다시금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삶의 그림자를 만들어가는 것
인터뷰를 마치고 가게를 떠나기 전, 필자는 다시한번 그녀의 조명기구들을 둘러보았다. 화려하지도 최신 류행을 따르지도 않았지만 조명기구마다 자신만의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빛들은 30년간 한길을 꾸준히 걸어온 신영자 사장의 땀, 노력 그리고 그녀가 지켜온 사업 철학이 모두 담긴 따뜻한 빛이였다.
신영자 사장의 조명기구가게는 편안함과 신뢰가 느껴지고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주는 따뜻한 공간이였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흔들리지 않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그녀는 자신이 추구하는 빛이 단지 공간을 밝히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비추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조명은 결국 ‘삶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일이예요. 그림자가 아름다우려면 그 빛이 먼저 건강하고 진실해야겠죠.”
신영자 사장의 조명기구들은 화려한 빛으로 세상을 압도하는 대신 그늘진 곳까지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위로를 주는 진정한 빛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변녀성 2025년 9호에 발표